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접히거나 돌돌 말리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전자제품이 상용화되면서 ‘접히는 유리’로 불리는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시장에 활기가 돈다. 투명PI필름은 그간 업계가 시제품 형태로 소규모 물량만을 납품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세계 최초로 정식 양산라인 가동을 본격화하며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특히 SKC와 SK이노베이션도 이르면 연내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 한국이 투명PI필름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세계 최초 양산 나선 코오롱인더

투명PI필름은 폴더블폰 등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유리를 대체하는 핵심 소재다. 수십만번을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나지 않는 데다 내열성도 높아 잘 깨지지 않기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가장 적합하다.

투명PI필름은 기존의 노란빛을 띠는 PI필름에서 색을 빼고 경도 등 물성을 개선해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구현이 어렵다. 세계적으로 투명PI필름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스미토모, SKC, SK이노베이션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대량 양산체제를 갖춰 상업생산에 돌입한 곳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유일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투명PI필름(브랜드명 CPI®) 양산에 돌입했다. 지난해 경북 구미공장에 연산 100만㎡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1년간 시제품을 통한 시가동 등의 과정을 마친 뒤 세계 최초로 상업생산을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2006년 투명PI필름 독자개발에 나선 지 13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현재 구체적인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점차 가동률을 높여갈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PI필름 연산능력은 5.5인치 패널기준 약 3000만대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상업생산을 통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폴더블폰에 탑재되는 투명PI필름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폴더블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에는 일본 스미토모의 제품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미토모는 파일럿 공장만 있을 뿐 대규모 양산체제를 갖추지 못해 폴러블폰시장이 점차 확대될수록 물량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가장 앞선 양산체제 구축으로 초기 시장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노정석 코오롱인더스트리 기획담당 상무는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폴더블폰시장은 앞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가 국내외 주요국가에서 출시 수초만에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화웨이의 ‘메이트X’와 모토로라의 ‘레이저V4’,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서피스듀오’ 등 경쟁기업들의 폴더블폰 제품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폴더블폰의 수요가 올해 320만대에서 2022년 501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의 투명PI필름 ‘FCW’ /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투명PI필름 ‘FCW’ / 사진=SK이노베이션
◆맹추격하는 SKC, SK이노


SKC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상업생산 준비를 서두르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SKC는 680억원을 투자해 지난달 말 충북 진천공장에 투명PI필름 생산설비를 준공하고 시운전을 진행 중이다. 연산규모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같은 100만㎡ 수준이다.

SKC가 투명PI필름을 만들면 SKC하이테크앤마케팅에서 고경도 코팅 등 필름 가공을 담당해 제품을 만들게 된다. 필름 제조 단계에서는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을 만들어온 SKC의 노하우를, 가공 단계에서는 스마트폰용 글래스 데코레이션 필름 등 난이도가 높은 제품을 만드는 SKC 하이테크앤마케팅의 기술력을 접목해 투명PI필름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SKC 관계자는 “인증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통해 투명PI필름 자체 브랜드인 ‘FCW’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대전 기술혁신연구원에 연산 6만㎡ 규모의 데모플랜트를 완공한 데 이어 9월에는 충북 증평에 400억원을 투자해 연산 30만㎡ 규모의 투명PI필름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여기에 더해 급격한 시장 확대를 감안해 2공장 증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는 FCW의 필름 제조와 하드코팅 공정을 동시에 구축하고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호철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래 디스플레이 소재 기술을 선도하는 SK이노베이션’ 보고서에서 “플렉시블 특성은 투명PI 물성뿐만 아니라 기능성을 높이는 하드코팅에 의해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투명PI와 하드코팅은 각각의 특성을 상호보완하고 연계돼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이 투명PI와 하드코팅의 서플라이체인 매니지먼트를 동시에 구축한 점은 국내·외 필름 및 코팅업체와는 다른 차별성을 보유한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르면 연내 상업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고객마다 원하는 제품의 스펙이 달라 현재 물성을 맞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연내에서 내년 초를 목표로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9호(2019년 11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